약물·호르몬 요법이 효과 |
한 40대 여성이 정기진찰을 받으러 병원에 왔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자신은 결혼 후 지금까지 부부관계에서 통증 외의 다른 감흥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하소연이다. 남편이 사회적으로 안정된 지위에 있고, 아이들도 잘 키웠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온 것이 후회스럽기까지 하다면서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으면 수술도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여성의 성기능 장애는 질병이라기보다는 성욕감퇴.성흥분 장애, 성교통 등을 포함하는 일종의 증후군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1999년 미국내과학회 발표에 따르면 18세에서 59세 사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성기능 장애 빈도는 여성 43%, 남성 31%로 여성이 월등히 많았다. 여성 성기능 장애는 일반적으로 욕구가 없는 성욕장애, 흥분이 안되는 성흥분 장애와 성극치감 장애.성교 통증 장애로 분류된다. 성 극치감의 결여는 성적인 억압 또는 성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부족.불안장애가 있을 때 나타나며 어릴 적의 성폭력 경험에 의해서도 유발된다. 성교 통증의 원인 역시 다양한데, 호르몬의 변화나 질 윤활액의 감소.질염.성병.살정제 사용 등과 관련이 있다. 성교 통증 장애 중 질 경련은 근육의 불규칙 수축에 의해 통증이 유발되는 장애다. 삽입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공포심이나 이전의 폭력적인 성경험이 있었던 여성에게 흔히 발생한다. 이밖에 당뇨나 심장질환, 신장이나 간질환,골반이나 외음부 수술, 약물중독, 과도한 흡연 등도 성욕감퇴 원인이 된다.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내과진료를 받거나 외음부나 골반 내에 문제가 없는지 부인과적 진찰을 받아보아야 한다. 증상에 따라 염증치료나 약물치료, 호르몬 치료로 얼마든지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두뇌 자체가 성적으로 민감한 기관이므로 행위에 대한 만족보다는 부부간에 친밀감을 형성하는 등의 심리적 이완을 통해 어느 정도 성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환상적인 성적 상상과 음악.책.비디오테이프 등의 자극이나 직접적인 외음부 자극이 성적인 흥분을 유발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남편과 솔직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는 일이다. |
중앙일보 기사[2002-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