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경수술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겨울 방학을 앞두고, 아들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는 문제이다. 과거엔 포경수술을 으레 받은 것으로 여기고 때가 되면 아이들의 손을 병원으로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포경수술 무용론’이 나오면서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
그럼 포경수술 분야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조선일보는 대학병원과 개업 중인 비뇨기과 의사 10인을 대상으로 포경수술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 결과, 그들 대부분은 “찬반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성기 위생과 청결면에서만은 포경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며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에 하는 것은 정서적 측면을 고려해 권장되지 않고, 포경수술의 의미를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시기가 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들에게 포경수술을 권하겠냐?’는 설문에 대해 아들을 둔 비뇨기과 의사 6명 중 5명이 “그러겠다”고 답했다.
◆ 포경수술 논란에 대해
비뇨기과 의사들은 무조건 ‘하자’ 또는 ‘말자’에는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 포경 상태에서는 분비물과 피지가 계속 포피 내에 끼기 때문에 지저분하고 냄새도 날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 더 심해진다. 또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음경이 발기되기 전과 후에 길이 변동이 커서 평상시에 귀두를 덮는 포피가 많다는 것. 의사들은 “귀두 포피는 습한 곳으로 병균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곳이라 항상 깨끗이 씻지 않으면 염증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따라서 포경수술은 청결을 잘 유지하는 사람한테는 불필요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포경수술에 대해 지나치게 문화적 시각이나 외국과 비교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득’과 ‘실’의 개념으로 따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 만약 한다면 적절한 시기는
신생아나 유아기에 포경 수술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다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유아기에 포피가 귀두를 덮어쓰고 있는 것은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시기에 귀두를 보호하는 측면이 크다고 했다. 의사들은 어린 나이의 포경수술 부작용으로 정서적 충격을 꼽았다. 수술에 따른 고통의 기억이 잠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생아·유아기 포경수술은 성기가 충분히 발육되기 전이므로, 포피가 과다 절제되거나 불충분한 절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적당한 수술 시기는 다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시기를 추천했다. 수술에 대한 의사표시가 가능하고, 어느 정도 통증을 인내하면서 수술에 따른 공포감도 적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반면 수술은 성인이 되어 본인의 결정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청결유지 방법으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수술을 하는 것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그래도 이왕 하려면 결혼 전에 하기를 권했다. 여성의 질내에는 여러 정상적인 세균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포경에 감염돼 요도염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성기능과의 관련
대부분 특별한 관련이 없다는 의견을 냈다. 가장 관심을 두는 곳이 포경수술과 조기사정(조루) 예방효과인데, 아마도 심리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 봤다. 일부 의사는 포경수술이 만성적으로 약한 자극에 대해 감각수용체의 반응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폈으나, 대부분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또 조루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 포경수술 빈도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포경수술을 안 하면 성 상대자에게 자궁경부암을 유발시킨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근거가 희박하다. 포경수술 여부보다는 위생과 청결의 문제에 속한다. 위생적으로 불량한 경우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휴먼 파필로마 바이러스(HPV)를 옮기기가 더 쉬워진다는 의견은 있다.
◆ 포경수술의 부작용은 없나
의사들은 “쌍꺼풀 수술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왜 없겠느냐”며 “하지만 아주 미미하다”고 말했다. 가끔 수술 후 염증 및 혈종 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주 드물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수술하다 귀두를 다쳤다’는 등 극히 드문 예를 과대 포장해 공개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의견을 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
◇포경수술 필요한 경우
1. 감돈 포경= 포경이 꽈리처럼 귀두를 조르는 것으로, 귀두 발육부전· 요로감염 등이 생길 수 있다.
2. 빈번한 염증= 음경 끝이 가렵고 빨갛게 붓는 귀두 포피염이나, 요로감염을 자주 앓는 경우.
3. 과다한 포피 분비물= 위생 불량으로 악취가 나거나, 습한 환경 탓에 병원균 번식을 유발할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의사 의견
------------------------------------------------------------------
포경수술 반대에 대해 아들에게 권했나
------------------------------------------------------------------
김영호(순천향대부천병원) 선택적으로 적용을 중학교 때 한다.
김준철(강남성모병원) 하지 말자에 반대 아들 있다면 해준다
이유식(삼성제일병원) 무조건 반대 곤란 나중에 본인이 결정
이규성(삼성서울병원) 동의할 수 없다 12살 이후 할 예정
박원희(성남인하병원) 본인이 결정 초등 3년 때 해줬다
하태준(선릉탑 비뇨기과) 본인이 결정 아들이 있다면 한다
-------------------------------------------------------------------
[조선일보 12월18일자 기사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