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관계하기 전 ‘해야할 일’하면 으레 침실분위기 가꾸기나 예쁜 잠옷, 향수 한방울을 떠올리기 쉽다. 그 전에 해야할 것이 있다. 욕실 다녀오는 일이다. 욕실은 샤워나 목욕의 목적 도 있으려니와 생리욕구를 해결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배설물을 비우라는 뜻이다. ◇ 부부사랑은 욕실에서 시작된다 방광의 저장량은 500∼800ml에 달하나 200ml만 고여도 인체는 요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요의를 느끼면 두뇌의 의식은 그것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시작한다. 배뇨에 대한 압박은 긴장을 불러오고 그 긴장은 성의 욕구 를 떨어뜨린다. 방광에 오줌이 차있으면 여성은 성욕이 떨어지고 남성은 발기력이 감소돼 시작부터 잘 되지 않는다. 관계중 흥이 깨지는 수도 있다. 이것은 남성의 감각이 집중된 하복부가 방광의 압박에 따라 그 감각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며, 여성의 경우는 남성의 체중이나 발기된 성기로 방광의 압력이 더욱 세어지기 때문이다. ◇ 요의·변의 참으면 남성 발기에 지장 뿐만 아니라 직장내에 변이 차있는 때도 마찬가지다. 남성은 직장 앞쪽에 요도 뿌리부분과 전립선이 위치하고, 여성은 질 후벽과 항문괄약근이 가까이 있다. 대변을 참으려는 항문괄약근의 수축은 남성에게는 음경 뿌리를 압박해 음경해면체로 가는 혈행에 지장을 주고 여성에게는 질의 감각을 떨어뜨리고 불쾌감을 남긴다. 성감이 좋을리 없고 발기가 지속될 수 없다. 관계를 하다말고 화장실을 다녀온다면 그것은 실패한 섹스다. 또 하나, 해부학적으로 배설기와 교접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어쩔 수 없는 구조 때문에 위생상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성기를 미리 깨끗이 해둔다는 예의바른 이 일이 침실분위기보다 중요하고 향수보다 앞서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
[중앙일보 기사] [2003-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