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 등 객관적 진단방법 없어 사망률 4%…유행성 독감보다는 낮아 | ||||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시작해 전 세계 30여 국가에서 3천여명의 감염자를 낳았고 이중 1백여명이 생명을 잃었다. 사스의 원인과 전염경로, 예방수칙과 치료법 등 궁금점을 집중 소개한다. ◇ 1. 사스의 원인은 무엇인가 전염병 연구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지목했다. 감염자의 콩팥과 폐 조직에서 지금까지 인류가 접해보지 못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분리해냈다. 광둥성 일대 야생동물에 살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옮겨 오면서 사스 파동이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 2. 왜 돌연변이가 생겼나 유전자 돌연변이는 자연계에서 언제나 존재한다. 돌연변이 결과에 따라 바이러스의 독성이 좌우된다. 바이러스 입장에선 독성이 너무 강해도 좋지 않고 너무 약해도 좋지 않다. 너무 강할 경우 숙주인 사람이 죽으면서 생활의 터전을 잃기 때문이며 너무 약할 경우 사람의 면역세포에 파괴당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바이러스는 지난 수천년 동안 적당한 선에서 서로 힘겨루기를 해왔다고 봐야 한다. ◇ 3. 사스는 독성이 강한데 왜 문제를 일으키나 문명발달로 생태계가 변했기 때문이다. 의학의 발달로 과거 며칠 내 숨져야 할 사람을 수주일 이상 생존시킬 수 있다. 인구의 밀집과 비행기의 발달로 삽시간에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 현대의 괴질 바이러스는 독성이 강해도 과거와 달리 자연도태되지 않고 60억 인류 전체로 언제든 퍼질 수 있다. ◇ 4. 어떤 동물을 피해야 하나 주로 오리와 돼지가 위험하다. 이들은 독감과 사스 등 사람과 유사한 바이러스를 체내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감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스가 발생한 광둥성 주민은 오리.돼지와 매우 가깝게 지낸다. ◇ 5.유행지역에선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나 유행지역이라고 모두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스크의 용도는 비감염자가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의 목에서 침방울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침방울 한 개엔 수억개의 바이러스 입자가 몰려 있다. 마스크는 비감염자에게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바이러스는 마스크의 틈새보다 훨씬 작으므로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틈을 뚫고 들어온 수만개 정도의 바이러스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물론 독감처럼 수백m 떨어진 사람에게 전염되는 이른바 공기감염 바이러스라면 마스크도 별로 효과가 없다. 하지만 사스의 경우엔 공기 중에 흩어져 있는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이 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거리다. 침방울 속의 바이러스 양은 기침한 사람과의 거리의 3제곱에 반비례한다. 1m 떨어진 거리에서 기침세례를 받는 경우는 2m 떨어진 거리에서보다 2배의 3제곱, 그러니까 8배나 많은 바이러스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 6. 사스 의심 환자가 머문 방엔 얼마나 있다 들어갈 수 있나 사스를 유발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침방울 등에 섞인 채 3시간 가량 생존할 수 있다. 최소한 3시간은 지난 다음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볼 수 있다. 3시간 이내엔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는 것이 좋고 감염자가 손으로 만졌을 법한 물건은 만지지 않아야한다. 만일 만졌다면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도록 한다. ◇ 7. 사스는 어떻게 진단하는가 사스는 신종 전염병이므로 혈액검사나 진단키트 등 객관적으로 손쉽게 알 수 있는 진단수단이 아직 없다. 현재로선 의사의 진찰만으로 진단한다. 사스 감염자는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된다. 첫째 사스 의심환자다. 유행지역을 다녀온 뒤 최소 7일 후부터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다. 둘째 사스 추정환자다. 사스 의심환자 중 가슴 엑스선 사진을 찍었더니 폐에 물이 차서 전체적으로 하얗게 변하는 이른바 비전형적 폐렴 소견을 보일 때다. ◇ 8. 사스는 얼마나 위험한 병인가 사스의 사망률은 4% 정도다. 1백명이 걸리면 96명은 살고 4명은 죽는다는 뜻이다. 4%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병은 아니다. 유행성 독감의 경우 사망률은 7% 정도다. 독감보다 사스가 오히려 덜 위험한 병이라고 볼 수 있다. ◇ 9. 치료제나 예방백신은 언제 만들어질까 유감스럽게도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항생제로 죽지 않는다. 현재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약제는 없다. 치료제나 예방백신의 개발은 수 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즈의 경우 1981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부자 나라인 미국에서도 수십만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첨단과학이 총동원되다시피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백신은 없으며 치료제 역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정도다. ◇ 10. 그렇다면 최선은 무엇인가 개인의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다. 의학지식으로도 대처가 안된다. 세계보건기구에서 파견나온 이탈리아 의사도 사스로 숨졌다. 면역력은 일조일석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 균형잡힌 영양과 규칙적인 운동, 무리하지 않는 생활태도가 면역력의 기본이다. 손을 자주 씻는 등 위생을 청결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 ||||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2003-04-15 중앙일보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