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수년간 줄곧 미국에 사는 친구 은영(가명)이가 잠시 서울에 온 김에 만났다. 우리는 으레 그랬듯이 사우나에 같이 갔다.
“어? 없네…. 너 소음순 성형수술한다더니 기어이 했구나. 보기에 크게 이상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생긴 대로 살지 그랬니?”
은영이는 어려서부터 닭볏같이 유난히 길게 늘어진 소음순 때문에 마음고생이 컸다. 걸을 때 사타구니 가운데 부위가 불편한 것은 둘째치고라도 남편이 첫날밤에 놀라 자빠지면 어쩌나, 그게 제일 큰 고민이었다. 결혼 전 남자친구한테 그 납작한 젖가슴은 보여줘도 남자친구의 손이 아래쪽으로 내려오려 할 때마다 은영이는 기다란 소음순이 발각될까 봐 항상 못 들어오게 막아왔다.
“애 아빠가 ‘다른 여자들은 안 그런데 왜 너는 소음순이 축 늘어지고 짝짝이에다 징그럽게 생겼냐’ ‘성관계할 때 소음순이 걸리적거린다’는 둥 자존심을 팍팍 건드리잖니. 남의 아픈 데를 확 찔러버리니 견딜 수가 있어야지…. 돈 마련해서 큰맘 먹고 수술했어. 소음순 성형수술하고 나니 남편이 더 이상 군말이 없더군. 진작할 걸.”
“야! 몰상식한 남편한테 그런 대우 받고도 참고 사는 네가 더 이상해.”
여성 외성기의 일부인 소음순은 질 입구를 덮고 있는 점막조직으로 음모가 없고 혈관과 신경이 밀집되어 성적으로 예민한 부위다. 모양과 색깔은 개인마다 다르며 일단 자극이 되면 옅은 적색으로 변한다. 소음순을 먼저 자극하면 제1성감대인 음핵이 2차적으로 자극되는데 이때가 음핵을 직접 자극할 때보다 더 빨리 오르가슴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나라 여성 중 소음순 비대나 비대칭으로 고민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 미관상으로 문제가 있거나 성관계시 통증이나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청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꼭 끼는 옷을 입을 경우 통증을 유발해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주기도 한다. 사람의 얼굴이 제각기 다르듯 소음순의 모양도 사람마다 다르다.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꼭 수술을 해서 작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소음순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성생활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다면 ‘소음순 성형수술’도 고려할 만하다.
[ 조선일보 2003.10.1(수)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