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능장애 중에서 남성들을 가장 애태우는 것이 조루(早漏)다. 조루도 질병의 범주 안에 들어가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성의학에선 엄연한 사정(射精)장애 중 하나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조루의 진단 기준은 없다. 단지 '사정이 빠른 현상으로 여성이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횟수가 절반 이상이면 조루'라는 정의가 설득력이 있게 받아들여진다. 이는 섹스라는 것이 배우자와 함께 하모니를 이뤄야 하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조루의 가장 흔한 원인은 사정에 대한 예민한 반사 생리다. 사정을 담당하고 있는 중추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해 '발사' 지시를 빨리 내린다거나, 거꾸로 귀두에 분포되어 있는 가지 신경들이 예민하게 반응함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사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생식기의 염증도 조루를 유발한다. 전립선염이나 정낭염과 같은 염증이 감각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남성호르몬이 부족해도 조루와 같은 사정 장애가 나타난다. 현대 의학이 적극적으로 조루를 치료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다.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른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척추 신경에서 조루의 원인이 되는 신경 세포를 발견, 10여년 후에는 사정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약물이 나올 전망이다. 지금까지 나온 조루 치료 중 대표적인 것은 심리 요법, 케겔운동이라 불리는 항문 근육 운동, 그리고 정지.시작법 등의 재활요법이다. 흥분에 의한 중추신경의 과민반응을 약화시키는 것이 치료의 요체다. 이러한 방법들이 실패할 경우에는 정신과 약물인 항우울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감각을 둔화시키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음경의 감각 자극을 떨어뜨리는 마취제를 음경에 바르는 약물 도포요법은 사용할 때만 효과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94년 소개된 수술은 영구적인 방법이며 귀두의 감각신경 가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치료법이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감각신경을 적당히 '가지 치기'해서 부분적으로 감각을 떨어뜨린다. 수술 시에 유의해야 할 점은 고유의 신경 기능을 보존하며 과민한 신경의 일부분만을 필요한 만큼 감소시키는 것이다. 보다 나은 부부 생활을 위해 사정 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남성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의미가 크다. |
[중앙일보 기사 전재 ] [2002-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