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 프리즘] 용법 지키지 않고 과량 복용하다간 큰일 |
의약분업 실시 이후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가 일반의약품의 남.오용이다.일반의약품이란 부작용이 적어 의사의 처방전 없이 소비자가 약국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약이다. 진통제 한 알 구하기 위해 일일이 의사를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일반의약품도 남.오용할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대표적 사례가 타이레놀이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처음 합성된 타이레놀은 아스피린과 달리 속쓰림 부작용이 없으며 지혈 작용을 방해하지 않아 수술 전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어린이에게 드물게 나타나는 라이증후군이란 치명적 부작용도 일으키지 않는다. 부작용이 적다는 점에서 아스피린보다 한 수 위란 평가를 받고 있다.전세계에서 해마다 1억명이 두통.생리통.치통 등을 치료하기 위해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 자문위원회는 최근 타이레놀 과량 복용으로 미국에서만 해마다 5만6천명이 응급실로 실려오고 이중 1백여명이 사망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제품 표기의 경고문을 강화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타이레놀을 과량 복용할 경우 간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레놀의 안전한 복용량은 하루 4g(8알)이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통증이 심할 경우 용법을 지키지 않고 과량 복용하는 경향이 있다.세 알 복용하면 두 알 먹을 때보다 효과가 강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게보린 등 다른 종류의 일반의약품과 함께 먹을 경우다.타이레놀은 상품명일 뿐 성분명은 아세트아미노펜이다.타이레놀 한 알엔 아세트아미노펜 5백㎎이 들어 있다. 하지만 아세트아미노펜은 게보린에 3백㎎,펜잘에 2백50㎎,쿠울펜에스에 5백㎎,사리돈에 2백50㎎,암씨롱에 2백㎎이 함유돼 있다.이는 타이레놀에 게보린 등을 추가해 먹으면 안전 용량을 훨씬 초과한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나라는 특히 술을 마시는 사람이나 간염 환자가 많아 타이레놀 등 진통해열제로 인한 부작용이 미국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의약품은 소비자의 편의성을 위해 마련된 제한적 제도일 뿐 의사의 처방전이 없어도 되니까 자의적 판단에 의해 많은 양을 복용해도 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
중앙일보 기사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2002-10-02]